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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대 출신 슈퍼모델 김소영

조회수
6,341
등록일
2005-09-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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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_news.gif 영남일보
 
file.gif [모델] 대경대 출신 슈퍼모델 김소영…그녀의 패션쇼 막전막후
새벽같이 일어나 '동분서주' "맘 편히 식사할 틈도 없어요"
메이크업 중인 김소영씨.
메이크업 중인 김소영씨.
코디네이트 최진은씨가 한 모델의 옷을 알맞게 고쳐주고 있다.
코디네이트 최진은씨가 한 모델의 옷을 알맞게 고쳐주고 있다.
백조 한 마리가 호수에서 아주 폼나게 노닐고 있다. 그 순간 수면 밑 상황은 이와 딴판이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백조의 발 같은 것. 어쩌면 모델이란 직업도 그런 건지 모른다. 외관상 그들이 물 위 백조처럼 멋져 보인다. 하지만 그건 모델의 이면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모델이 하는 일 자체는 백조의 발처럼 치열하기만 하다. 패션쇼도 마찬가지. 무대는 '동화 속 궁전' 같지만 무대 뒤는 굉음 가득한 '지하 보일러실' 같다. 하지만 유능한 모델은 음과 양, 냉과 온, 이 상반된 두 정황을 능수능란하게 조화시킬 줄 안다. 2002년에 슈퍼모델이 된 대경대 모델학과 출신 김소영씨(22)의 빡빡한 일상을 통해 패션모델과 패션쇼의 이면을 접해본다.

롱다리, 슬림한 허리선, 앙상한 팔, 키 178㎝. 서양적 신체조건에 다소곳한 동양적 이미지. 그래서 지난달 31일 열린 대구 APEC 중소기업장관회의 부대 행사 김홍갑 한복 패션쇼에 캐스팅된 것.

오프닝 시각은 오후 7시. 쇼 시간은 고작 30분. 그런데 이 30분에 모델과 연출진, 스태프, 보조멤버 등 무려 50여명은 하루 전부터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녀는 패션쇼 하루 전 오후 3시쯤 영남이공대로 갔다. 거기서 한복 디자이너 김홍갑씨가 만든 네 벌의 한복을 입어보는 '피팅(Fitting) 타임'을 가졌다. 이때 쇼에서 입을 옷이 잘 맞는지 살펴보는데 코디네이터 행사 하루전부터 의견 조율, 과일 몇조각으로 아침 해결
오전 9시 헤어숍으로'직행' 점심식사는 인터뷰 겸해서
오후 1시30분 1차 리허설, 연출자 지시대로 동선 체크
오후 4시 마지막 행사 점검…오프닝전 다시 메이크업 손질
오후 7시 정각 본격 패션쇼, 밤 9시15분 다시 서울로…

최진은씨, 이번 패션쇼 총연출자 신상원 대경대 모델학과장, 디자이너 김씨가 이견을 조율했다. 8~11월은 모델에겐 하반기 성수기. 그녀도 그렇다. 요즘 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이 들어와 스케줄 관리에 정신없다. 서울에서 부산 현대백화점으로 가서 디자이너 최복호 패션쇼를 마친 뒤 쉴 틈도 없이 막바로 대구로 왔다.

새벽 같이 일어났다.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 과일 몇 쪽으로 식사를 한 뒤 오전 9시 중구 공평동에 있는 신헤어라인으로 가서 약 30분 동안 머릴 만졌다. 이때부터 철저하게 총연출자의 지시에 따라야 된다. 개인 사정은 팀워크를 위해 뒤로한다. 프로니깐 그렇다. 머리 스타일도 연출자가 의도하는 대로 간다. 한복에 맞는 올림머리를 한 뒤 전체 모델들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대구 EXCO 옆 한국패션센터 2층 패션쇼장 분장실로 갔다. 4명의 분장사와 1명의 코디네이터가 먼저 와 있었다. 18명의 모델이 입어야 될 옷은 모두 70여벌. 그녀는 네 번 정도 무대에 나오면 된다. 옷걸이에 그녀가 어제 피팅 때 찍었던 사진이 일일이 부착돼 있다. 옷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옷걸이마다 모델 전용 신발이 큐시트(행사진행순서)대로 가지런하게 정리돼 있다. 무대 뒤에서 없어선 안될 보조멤버는 헬퍼(Helper). 이들이 쇼가 시작된 뒤부터 20~30초 무대에서 워킹을 한 뒤 부리나케 들어와서 개구쟁이처럼 마구 벗어던져 놓은 옷을 정리하고, 입고 나갈 옷을 재빨리 입혀준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점심 인터뷰를 위해 근처 식당으로 갔다. 워낙 큰 키라서 행인들이 그녀를 힐끔 쳐다본다.

모델은 외로운가? 그녀는 그렇다고 말했다. "정말 예쁘고 날씬하고 인간성 좋은데, 애인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왜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마 평균키가 175㎝ 이상이다 보니 남자들이 주눅이 들어 쉬 포기하는가 봐요."

오후 1시20분. 그녀의 숟갈질이 빨라진다. 10분 후 시작되는 1차 리허설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리허설 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긴장감이 감돈다.

"오늘은 한복쇼이니 모두 동선을 다소곳하게 가져줘. 시선은 아래로 깔고, 양 손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 양팔을 좌우로 활짝 펼쳐봐, 그래야만 저고리 선이 풍성하게 살아나지."

총연출자와 디자이너 김홍갑씨가 18m 무대 끝의 앞에 나란히 앉아 모델의 동선을 일일이 체크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준다. 스트레스를 받는지 두 사람은 연방 줄담배다. 오후 3시께 1차 리허설이 끝난 직후 1시간 휴식을 취한 뒤 오후 4시부터 1시간 최총 리허설을 했다. 그녀는 이때부터 옷에 맞는 포즈를 더욱 농밀하게 갈고 닦는다. 잡담할 시간은 거의 없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은 뒤 오프닝 1시간 전 머리와 화장을 최종 손질한다. 이젠 출전 완료.

오후 7시 정각. 오프닝 BGM이 흘러나왔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전통한복을 비롯해 생활한복, 슬리브리스 한복원피스, 망사숄 등이 주제별로 분류돼 등장됐다. 하지만 만일의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스태프가 무전기로 상황을 면밀하게 체크한다. 하얀 테이블에 앉아 느긋하게 쇼를 감상하는 객석과 스태프의 표정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전통한복을 선보일 때 11자 걸음과 정적인 동선을 보이다가 후반부 모던한복 타임 땐 그녀가 무섭게 변신한다. 프로답게 다이내믹한 동선을 뿜어낸다. 탄력적이면서도 힘찬 워킹인 '캣 워킹(Cat walking·모델이 무대에서 걷는 보법이 꼭 고양이가 걷는 걸음과 비슷한데서 생긴 용어)'이 파워풀했다.

오후 8시 전체 미팅을 한 뒤 출연료를 받은 뒤 쫑파티 겨를도 없이 다음 일정을 위해 동대구역으로 갔다. 밤 9시15분발 서울행 KTX에 오른 그녀는 종일 발로 쏠린 피 때문에 부은 발을 마사지한 뒤 이내 꿈세상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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