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로맨스’, 그들의 아들인 설총이 꿈꾸던 ‘도솔천’, 그리고 왜구를 물리친 ‘한장군의 호국정신’이 전설로 전해져 오는 경북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의 도천산.
천년의 역사와 전설을 고이 간직해온 도천산은 지금 새로운 글로벌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떠오르는 대경대학을 품고 있다.
이 대학은 개교한지 15년 된 지방의 작은 전문대학에 불과하다고 치부되기 십상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왜 ‘전설의 산’ 도천산이 제 자식 마냥 소중하게 꼭 끌어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08년 설 연휴를 막 보내고 새학기 준비에 분주한 대경대학 유진선 학장을 만났다.
“대경대학은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맞는 서비스산업 전문대학으로서 앞으로 웰빙 문화를 선도하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유 학장은 지역의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다가 33세의 어린 나이에 혼자 힘으로 대경대학을 설립해 국내 교육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기업체 말단 근로자에서 시작해 CEO가 된 셈인데, ‘교육 CEO’로서 그는 ‘교육도 경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교육에는 경영논리를 적용해야 할 분야와 하지 말아야 할 분야로 나눠진다”며 “경제성을 따지지 말고 ‘진리의 상아탑’을 추구하며 학문에 대한 탐구를 깊이 해야 하는 교육도 중요하고 현실 사회가 요구하는 직업전문교육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두 개의 수레바퀴가 서로 맞물려 잘 돌아가야 교육의 위상이 바로 서고 교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대학이 할 일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며, 이는 교육의 소비자인 기업이나 지역 사회에 만족과 감동을 주는 것이란 사실을 알면 교육과 경영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대학은 취업률에서도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육인적 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공일치 취업률 98.2%로 전체 취업률 1위를 기록했고 취업통계발표에서도 전체취업률과 정규직취업에서 80% 이상 취업하는 성과를 거둔 최상위 그룹에 랭크됐다.
‘입학이 곧 취업’이고, ‘학교가 회사’인 대학으로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차별화와 특성화교육을 통해 ‘세계명문직업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유 학장은 “대경대학은 국내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학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특성화 대학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아시아권에 대경대학의 교육브랜드를 수출하는 국제적인 대학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대학의 재학생 70% 이상이 서울, 경기지역 출신으로 전국에서 대경대학으로 모여들고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교육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한국생산성 본부가 237개 기업(대학)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국가 고객만족도 (NCSI)조사에서 전체9위, 대학으로는 4위를 했다.
대경대학은 특히 국내 최초로 캠퍼스를 ‘테마가 있는 리조트형 연구단지’로 만들어 대학을 관광명품화 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의 질감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현재의 본관 건물을 리노베이션해서 용(龍)이 여의주를 품고 있는 형상으로 바꾸고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리조트와 같이 주변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축물 자체도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전국의 건축학도들이 견학을 올 정도로 만들고 캠퍼스를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녹지공간으로 제공하며, 학생들에게는 직업교육을 체험하는 교육현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캠퍼스 내에 학생들이 학교기업을 설립, 종합 뷰티숍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면서 경영마인드와 직업 전문성을 동시에 고취하고 연극영화과의 상설 공연, 모델과의 패션쇼 등이 수시로 열리는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 연말에는 종합체육관 ‘무림원’을 착공하고 전국의 무림고수들이 와서 무예를 닦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지을 예정이다.
또 우주선 모양의 레스토랑도 짓고 미니 동물원도 캠퍼스 안에 들어서게 되며 이런 시설들을 패키지로 해서 외국인들이 체험관광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시설들은 동일계열 학과 학생들이 직접 운영을 맡아 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게 된다.
유 학장은 ‘복지도 교육이다’는 철학을 갖고 사회복지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며 적극 투자하고 있다.
대경대학은 전국 대학 최초로 캠퍼스내에 ‘대경안내견학교’ 설립을 추진중인데 이미 지난해 삼성안내견학교와 MOU를 체결했고 내년 9월 ‘대경안내견학교’가 설립될 예정이다.
유 학장은 “경제가 성장 할수록 문화와 복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안된다. 우리나라에는 50만명 이상의 시각장애우가 있지만 이들과 생활하는 안내견은 53두에 불과하다”며 “안내견 보급을 통해 장애우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남을 위한 배려와 봉사의 마음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한 교육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경대학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특성화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유 학장은 학과특성과 연관된 기업CEO 200명을 학교로 초청해 대규모 취업특강 릴레이를 갖고 기업대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꼼꼼하게 들어보고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성화를 선택했다.
또 특성화교육을 더 탄탄하게 뒤받침 하기 위한 대학 최초의 슈퍼학점제와 테마집중교육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전공분야에 대해 한 가지를 정확하게 마스터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슈퍼학점제는 2-3학점 3시간이내 1교수 전담 과목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 과목의 교육시간이 8시간 이상 되고 5학점이 되기도 했으며 과목 담당 전공교수도 한 사람이 아닌 세 명 이상이 한 과목을 함께 운영하도록 했다. 수업방식도 학생들이 어떤 테마로 무엇을 배울지를 선택하는 수요자 중심의 수업방식으로 바꿨다.
주로 호텔조리학부, 연극영화과, 뮤지컬과, 모델과 ,뷰티디자인학부 등 예체능 계열에서 시행한 슈퍼학점제는 실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전문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
각 학과별로 2-3주씩 남해에 있는 대경대학 연수원으로 떠나는 전공집중수업도 전문성 있는 교육으로 더 탄탄하게 결실을 맺고 있다고 한다.
또 2008학년도 1학기부터는 외국인교수 7명을 임용해 전공수업만큼은 영어로 진행 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이미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고 인정받고 있는 외국인 교수들을 임용했다고 한다.
대경대학은 2005년 10월 대학 캠퍼스에 포도주 생산 공장을 갖추고 본격적인 와인생산에 들어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캠퍼스내에 ‘TK 와이너리(WINERY)’라는 팻말을 달아 둔 포도주 공장에는 와인을 숙성시키는 발효탱크 7개가 실내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80평 규모의 와이너리안에는 2만4000ℓ의 포도주 원액을 숙성 시킬 수 있으며 8~13도짜리 포도주를 연간 6만병(750㎖ 기준) 생산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유 학장은 "우리나라에는 아직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대경대학이 경산의 특산물인 포도를 활용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와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말이면 대경대학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 개발한 와인이 본격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지금도 대경대학의 와이너리에서는 장차 한국을 대표할 와인과 함께 유진선 학장을 비롯한 이 대학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의 꿈도 익어가고 있다.
우성문기자 w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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