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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실습학기제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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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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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해외 실습학기제를 마치며...

 

학과 : 유통정보과  

이름 : 신 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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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 순간은 참으로 느리게 느껴지는데 일주일, 한달, 1년은 참 빠르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생활이었다. 10주전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한데, 그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흥분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데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5주가 지나고 7주째, 8주째가 됐을 때 사실은 참 많이 괴로웠었다. 그때까지 여기 와서 내가 이루어 낸 건 하나도 없어 보였으니까.사실 오기 전에도 10주가 너무 짧은 기간이란 걸 알았기에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사람에게는 그대로 설마 하는 기대심리가 존재하나 보다. 그래서 참 많이 속상했고, 힘들었다. 그리고 지난주 시간이 날 때마다 이제까지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 왔던 날부터 말이다.
 

참 많이 다짐을 하고 왔건만 여기는 대구가 아니었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지낸 것이 한두 해가 아닌데, 역시 여기는 남의 땅이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아마 그때처럼 한국이 그립고 부모님이 보고 싶고 했던 적은 없었을 거다. 특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한창 계절이 바뀌는 시기여서 그런지 날씨가 진짜 변덕이었다. 추웠다가 비가 왔다가 따뜻했다가 바람 불었다가 아마 제일 힘든 직업이 기상예보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 정도로 예측불허였기에 더욱더 힘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점점 지내다 보니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여기 생활을 하면서 제일 힘이 되었던 사람들은 같이 온 친구들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이 있었기에 외로움이 덜하긴 했지만 역시 제일 힘이 되었던 분들이 우리 홈스테이 식구들이다. 정말 엄마, 아빠 같은 아줌마, 아저씨에다가 가끔씩 귀찮을 때도 있어만 너무 귀여운 꼬마들과 나보다 3일 먼저 홍콩에서 온 친구...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잘 즐겁게 생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너무 고마운 분들이어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영어- 잘 모르겠다.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은데 그래도 반이 한 단계 Up-grade 된 것을 보면 늘기는 한 것도 같은데...

여기 생활을 하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수업내용 이였다. 사실 3A에 있었을 때는 그렇게 수업방식이 다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학교에서 Jerom 선생님이나 David 선생님한테 배우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마 한국 학생이 너무 많아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근데 2F로 바뀌고 부터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 2F로 갔을 때 친구들이 영어를 너무 잘하는 거다. 그 날 집에 와서 내가 얼마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던지 왜 진작 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 열심히 안 했을까 후회를 많이 했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2,3일이 지나니까 그들이 결코 영어를 나보다 월등히 잘한다거나 하지는 않구나 하는걸 느꼈다. 단지 그들은 나보다 조금 용기가 있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2F반에서 수업을 하면서 왜 사람들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여기까지 공부를 하러 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수업내용이 알차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결코 지루하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 친구들끼리 영어로 얘기하면서, 토론하면서 나는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마 내 평생 수업시간이 하루일과 중 제일 재밌었던 때는 지금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제가야 할 시간이다.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보다. 조금만 더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한 Term만 더 들으면 무진장 영어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근데 막상 일주일 정도 연기가 된다면 글쎄.. 또 기분이 달라지겠지...

영어는 처음에 기대했던 대로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오히려 외국인이 더 반갑고 그렇다. 아마 한국에서 외국인을 보면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걸로 10주간의 영어에 대한 효과는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공부를 좀더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여기 와서 제일 큰 소득은 많은 친구들과 함께 내가 정말 많이 컸다는 걸 느낀다. 여기 다시 돌아오던지 아니면 한국에서 직장에 다닐지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았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잘 할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소득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이 든다. 여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빨리 한국에 도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